일상

아기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 - 우아영

mull 2022. 3. 7. 12:24

당당이때는 그저 이만하면 내 임신기는 매우 양호하다!
생각했고
불편한 증상에 대해서는 웹 검색을 통해서 아.. 나는 정상이네하고 당당이만 건강하면 되었다! 라며 내 몸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끼끼를 갖고 이런저런 이벤트가 반복되면서 도저히 웹 검색만으론 해결되지 않고 ‘치료’를 받아야하는 상황들도 생기면서 의사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게되었다.

그래서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임산부에겐 흔한 증상입니다. 그런 사람 많아요- 출산하면 돌아올거에요.’ 였다.

그것보다 더 절망적이었던 건 ‘임산부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습니다.’였다.

그러다 보니 다시 웹 검색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고 검색하다 재밌어 보이는 책을 발견했다.


진짜.

애 말고 나! 나! 나!

나도 사람이고 내 몸이 왜 이러는지 궁금한데!!

맨날 호르몬 때문이라고 하고 정상이라고만하니 도대체가 의사들은 아기에게만 관심있고 산모는 그저 아기 배달부 역할만을 위해 존재하는건지-



산부인과를 가도 이런 궁금증들에 대한 정홛한 답을 얻기는 어렵고, 산부인과 외의 병원에서는 임산부 진료를 거부한다.




왁!!!!!! 내가 쓴 건 줄-



그러니 임신한 내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는 그저 ‘아프지 않은 것’이었다. 이 조차도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었지만.



며칠 전엔 배가 너무 아파서 혼자 침대에 쭈구리고있으면서 당당이 들을까봐 자세도 바꾸지 못한 채로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수축도 아니고 자궁이 늘어나며 아픈 증상과도 달라서 병원에 가야하니 싶었는데 주말이기도 하고,
근종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질정 넣고 좀 버텨보자 싶었다.
왼쪽 아랫배의 국소 통증이었다.



당당이가 와서 자꾸 놀자고 하는데 지금은 아파서 같이 놀기가 어려우니까 조금 나아지면 같이 놀자고 이야기하며 엄마도 안 아프고 싶은데 자꾸 아프네- 미안- 그랬더니

- 아파서 아프고 싶은거 같은데???

라는 당당. 뭣도 모르고 그냥 하는 소린 줄은 알지만-
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 지금 글 쓰면서도 또 눈물나네ㅠㅠ
엄청 서러워서 한참을 울었다.
남편이 옆에서 보다가 불쌍해 보였는지 등을 몇 번 쓰다듬어주고 갔다.



매 챕터마다 임신 중에 나타난 증상들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 챕터마다 내 마음같은 문장들이!! 공감이!! 반복되었다.



과학기자답게 구체적인 자료들을 제시하며(물론 그 자료들은 절대적인 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연구 논문들이긴 하지만..)

원인들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증상들도 있고
증상을 낫게 할 수 있는 치료법들은 출산 ㅋ. (치료법이 없단 소리다.)



결국엔 제도와 인식에 대한 개선을 이야기하며 끝난다.

문제의 인식과 개선에 대한 요구들은 끝없이 나오는데 이렇게 출판되어 나오는 것이 별로 없다는게 안타깝다.
(웹상으로 검색되는 글들은 아주 많지만 실제로 힘을 가지려면 출판물로 나오는게 도움이 많이 될거라 생각한다.)



아마 임신과 출산은 일년 안에, 짧다면 짧은 기간 안에 모두 끝나니 같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제기를 하지 않게되는 ‘아름다운 망각’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스쳐갔다.




에필로그로는 ‘Happily ever after’가 아니었다는 내용.

출산 후에도 나타나는 별의 별 증상들도 적고 싶었지만 육아로 인해 시간과 정신과 몸이 여유롭지 못해 못 썼다는 걸 이야기한다.


출산은 종결도 중간 과정도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지워지는 일의 시작점이라는 걸, 아이러니하게도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쓰지 못하는 것으로 말하게 된 셈이다.




출산이 끝나고 나면 심리적, 신체적으로도 원래의 ‘나’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임신을 ‘선택’하는 건
그저 결혼했으니까 애는 낳아야지? 라고 임신과 출산을 강요하거나(사실 결혼과 임신이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 그게 왜 인과 관계로 얽히는 건지..)

막연히 무서워서 싫어, 몸이 변하는게 싫어라는 이유로 임신과 비임신을 선택하기 보단 더 많고 더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임신한 여성들이 증상에 대해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려면 제대로 된 정보가 있어야하니까.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심지어 의사도…

임신하고 몇몇 산부인과를 다니며 꽤 여럿의 의사들을 만났지만 단 한번도 ‘나’에게 친절한 의사는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기를 품고 있는 몸이다보니 아기를 지키는 것도 아주 중요하지만 결국 품고있는 당사자는 나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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